“서울 구로을이나 경기 시흥은 DJP 연합의 기반인 호남 충청 인구가 50%를 넘는 지역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 우리 후보가 인구비례보다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이 불법 타락선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당 후보가 언제든지 승리할 수 있다.”
이총재는 ‘승리’라는 대목에서는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이총재가 결연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당직자회의 분위기가 한동안 차갑게 굳어지기도 했다.
이총재가 흥분한 것은 지난달 31일 당무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박종웅(朴鍾雄) 김문수(金文洙) 안상수(安商守)의원 등이 재보선 결과에 대해 당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
특히 평소 이총재의 ‘홍위병’ 역할을 해온 김, 안의원이 ‘반기(反旗)’를 들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총재는 1일 낮 서울 경기 지구당위원장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여권의 불법타락만 없었다면 3개 지역 모두 승리했을 것”이라며 위원장들을 달랬다.
그러나 전용원(田瑢源)경기도지부장은 “수도권 위원장 중에서 내년 선거를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당이 영남당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당내에서는 벌써 재보선 결과가 당 정체성 논쟁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공천의 위력보다도 한나라당의 수구(守舊)세력 이미지가 근본적인 패인(敗因)이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비주류 쪽에서는 측근들의 반기가 ‘친위 쿠데타’가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총재가 수도권 초 재선의원들의 반발을 빌미로 대폭 물갈이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