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씨 왜 경질?]「이념논쟁」보수층반발 반영한듯

  • 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13분


최장집(崔章集)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교체는 정치권은 물론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의 논문을 둘러싸고 치열한 이념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김대중(金大中)정권의 국정운영 기조가 보수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부터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의 관계개선 노력의 산물이라는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교체경위부터 논란거리다. 청와대측은 최교수가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본인은 “해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청와대의 경질의지와 본인의 사의(辭意)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김한길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2일 “정책기획위가 주로 새 천년 프로젝트를 담당해왔으나 새 천년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됐기 때문에 당면과제인 경제분야의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교체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이념논쟁이 최위원장 교체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점이다. 김수석은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으나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기획위가 대통령의 유일한 자문기관인데도 이념논쟁에 휘말리게 된 이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념논쟁의 경위야 어떻든 보수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김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셈이다. 또한 내각제에 반대입장을 표명해 김총리의 반감을 산 최위원장을 교체함으로써 김총리의 ‘비위’를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으나 이는 주된 요인인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김대통령의 뜻과 입장을 헤아린 김수석이 최위원장의 교체를 주도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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