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면담 도중 의장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부총무단이 일방적으로 의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박의장이 “버르장머리없이…”라며 호통을 치는 과정에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박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맞받아치며 손목을 잡자 “너희들, 어디다 손을 대, 사진쟁이들 들어와 찍으라고 해”라고 소리를 쳤다. 박의장은 나중에 사진기자들에게 “실수로 나온 말”이라며 사과하는 촌극을 벌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재보선에 당선된 국민회의와 자민련 당선자의 의원직 선서가 끝난 뒤에야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본회의 의원직 선서에서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서울구로을)의원은 “정치개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고 자민련 김의재(金義在·경기 시흥)의원은 “행정부서에서 일한 경험과 지식을 살려 성공적인 의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들의 선서가 끝난 뒤 여야 의원들은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시정연설을 15분간 경청했다.
○…본회의 직전에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의 본회의 단독소집을 집중 추궁했다. 오양순(吳陽順)의원 등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야당으로 예우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여당총무가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하느냐”며 한화갑운영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위원장은 “이렇게 운영위를 여는 것이 각 당의 협의절차를 거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잡음이 없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쌍끌이 여당’이 일방적인 의사일정을 야당에 통보한 것은 반민주적 반의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중에 DJP정권은 ‘Dog Jumping Plate’,즉 ‘×판’이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험담을 하며 여당을 맹비난했다.
○…이부영총무의 ‘DJ암’발언 이후 약 한달만에 자리를 같이한 여야 3당 원내총무들은 아직 감정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는지 냉랭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시작했다.
한화갑총무는 회담장인 국회의장실에 도착해 이총무와 악수도 하지않은 채 착석했다. 그는 회담 후 “이총무와 화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총무에게 물어보라”고 퉁명스럽게 답변했다.구천서총무는 “이총무가 서상목의원 건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여 대화에 진전이 없었다”며 “6일 본회의를 열어 긴급현안질문을 하기로 한 것 외에 합의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양기대·송인수·이원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