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는 이날 김대통령으로부터 사회봉을 넘겨받자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에게 “산유국들이 기름값을 올리고 생산량을 줄인다는데 정부의 예상과 대응조치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박장관은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볼때 유가는 배럴당 평균 14달러선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로서는 연간 22억∼26억달러의 무역흑자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김총리는 이어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에게 “코소보사태의 확전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동안 김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김총리는 회의 말미에 당부성 지시를 하는 정도에 그칠 뿐 거의 입을 열지 않았었다. 그런 김총리가 김대통령 앞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지명질문’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그만큼 김총리의 행보가 확연하게 달라진 장면이었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의 질문은 당연한 것으로 국무위원들이 각종 국정현안을 보다 치밀하게 챙기라는 주문일 뿐”이라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실 주변에선 김총리가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서 국정전반에 걸쳐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점차 분명히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총리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