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의 임명동의안 처리문제에서부터 사사건건 ‘힘겨루기’를 벌여온 여야간의 정면승부에서 일단 여권이 판정패함으로써 정국의 풍향이 크게 바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의원의 체포동의안처리 부결사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국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결처리에 앞서 국민회의 지도부는 서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주된 논리의 하나로 ‘여권의 권위회복’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간의 회동에서 서의원 체포동의안 강행원칙을 확인할 만큼 여권으로서는 의지를 갖고 대처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여권의 권위실추’란 결과가 나타남으로써 그동안 ‘압박전략’을 위주로 운영됐던 대야(對野)정책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한 문책인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여권에 뼈아픈 대목은 자민련의 이탈표가 공공연히 거론됨에 따라 여―여(與―與)공조 체제도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표결 직후 국민회의측에서는 “국정운영에서도 매사에 끌려 다녔는데 반란표까지 나와서야 어떻게 믿고 공동정권을 운영하겠느냐”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일은 한나라당측의 향후 움직임이다. 힘이 붙은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역공(逆攻)’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측은 서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처리를 계기로 ‘3·30’ 재 보선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대여(對與)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강경입장에 자신감까지 보태짐으로써 야당의 강공드라이브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형편이다. 이총재도 표결 직후 강경투쟁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아무튼 정국은 혼란에 빠진 여권과 야당의 강공드라이브가 뒤얽혀 당분간 요동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