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특히 이날 표결에서 여당의원들의 이탈표가 무더기로 발생한 것을 ‘항명(抗命)’ 등 중대사태로 인식하고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자민련과의 공동여당체제 및 내각제문제의 미해결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의 내각제담판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김대통령이 서의원체포동의안의 부결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김대통령은 이대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여권정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대통령은 서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동료의원의 인정상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없지 않으나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이 가결직전의 상태까지 간 것은 의원들의 집단항명사태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국민회의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이와 무관하게 당직개편을 단행해 집권여당으로서의 체제를 갖추겠다는 생각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이에 따라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들을 조속한 시일내에 전면 경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대행과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 장영철(張永喆)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은 이날 저녁 사의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자민련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내각제담판시기를 앞당겨 다음달 중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