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도 그렇지만 사실상 가결이라는 해석이 따르는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문제도 김대통령에게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인 71년 ‘10·2 항명파동’ 이후 최대의 항명사태로 보는 게 사실이다. 또 김대통령 개인으로서는 97년 대선 직전에 터진 이른바 ‘DJ비자금’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이번 사건이 ‘조직적인 배신’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중시하는 듯하다. 또 사안을 아무리 축소한다 해도 이런 체제로는 향후 정치개혁이나 재벌개혁 등 전반적인 국정운영과 개혁작업을 주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여권 내부의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총재권한대행의 경질 등 국민회의 지도부 개편은 그 시그널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여건상 김대통령이 당장 사용할 카드는 마땅치 않다. 우선 당체제를 개편할 국민회의 전당대회가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때까지는 국민회의를 임시체제로 끌고 가면서 결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대통령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개각구상을 접어 놓은 것도 이같은 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자민련과의 관계다. 이번 사태를 놓고 양당간에 책임전가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에서 합당파의 리더역을 맡아왔던 김영배(金令培)부총재가 총재권한대행으로 임명되면서 일단 합당론이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관계도 결별이나 대립보다는 협력강화에 주력하는 쪽이 될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간의 내각제담판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없지만 사안 자체가 지난(至難)하기 짝없는 일이기 때문에 섣부른 전망을 하기 힘들다.
결국 김대통령으로서는 1차로 국민회의 지도부 개편으로 여권 내부의 ‘기강(紀綱)’을 잡아 나가면서 이를 정치개혁입법의 가속화로 연결시키려 할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야 관계도 강공보다는 협상과 대화에 치중하는 유화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