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갑자기 불거진 주한미군 문제는 대표적인 난맥상.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햇볕정책에 대한 호응”이라고 평가한 발언록을 언론에 배포했다가 파문이 우려되자 뒤늦게 관련 대목을 삭제한 자료를 새로 돌리고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가 나가자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측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다”며 “주한미군 지위변경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한반도 내 모든 군대의 구조와 배치 문제와 관련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인민군과 국군 등 한반도의 모든 군대를 논의대상으로 한다면 주한미군문제를 지금이라도 논의할 수 있다”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외교부는 김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그럴 리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또 김성훈(金聖勳) 농림부장관이 6일 국무회의에서 금강산 솔잎혹파리 남북공동방제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보고한 것과 장영식(張榮植) 한국전력사장이 2일 평양에 10만㎾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일은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차관은 지난달 24일 대통령에 대한 국정개혁보고회의에서 농림부 건설교통부가 대북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각 부처가 통일부와 대북정책을 제대로 협의하게 해달라고 공개 건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혼선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청와대가 이른바 ‘햇볕론’에 입각한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며 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수석이 ‘독주’하고 있다는 지적도 관련부처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정부가 주요 대북정책 추진에 앞서 국민여론 수렴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게 제기된다.최근 대북 비료지원을 위해 대한적십자사가 벌이고 있는 모금활동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것도 정부가 대북 유화제스처에만 신경을 쓰고 경제난 등 현실적인 여건을 외면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