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수뇌부 회동]JP『양당공조에 금가는 언행 일절 말라』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 등 여권 수뇌부는 조찬회동을 갖고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후 흐트러진 여권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회동 벽두 박총재가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총리가 곧바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이어 김대행이 자신의 합당론 발언에 대해 “평소 희망을 얘기한 것인데 대행으로 지명된 후 그런 것처럼 보도됐다”면서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김총리가 “양당은 어떤 경우에도 서로 공조에 금이 가는 언행을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총리는 이날 조찬회동 직후 집무실로 돌아와 오효진(吳效鎭)공보실장을 불러 4자회동에서 자신이 말한 내용을 직접 구술. 김총리는 김대행에게 직접 대통령 앞에서 확실히 해명하라고 다그치는 등 합당론에 쐐기를 박았다고 오실장이 전언.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동에서 JP는 국민회의 자민련 합당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회담 이후 JP의 표정은 자신만만해 보였다”고 귀띔.

…이날 회동의 핵심은 김총리가 내각제개헌 문제와 관련해 “양당의 합의사항은 살아있다”면서도 8월까지 내각제 논의를 중단키로 한 대목.

김총리는 정치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 특히 JP의 ‘8월까지 내각제논의 금지’발언으로 ‘연내 내각제개헌은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팽배해지자 총리실관계자들은 “JP가 내각제 약속은 엄연히 살아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

…김대행은 이날 당사로 돌아와 취임기자회견을 겸해 회동내용을 설명. 그는 자신이 청와대에서 미리 준비한 합의문을 낭독한 뒤 “이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김총리가 “잘됐다”며 만족해했다고 설명.

한편 국민회의 내에서는 ‘8월까지 내각제 논의중단 합의’에 대해 ‘연내 내각제 개헌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한 당직자는“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오히려 여권에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며 즐거운 표정.

…자민련 박총재는 회동을 마친 뒤 몹시 밝은 표정으로 서울 마포 당사로 돌아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박총재는 큰 목소리로 “8월까지 내각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 박총재는 “김총리가 직접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의 내각제 홍보 활동도 일절 중단할 것”이라고 단언.

연내 개헌 강경론자인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양당 지도자들의 말씀이니까 우리 당 의원들이나 당원들은 이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내각제 논의 중단 합의를 수용.

일부 충청권 의원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 정일영(鄭一永)의원은 “8월까지 내각제 얘기를 하지 말라면 그동안 당은 뭐하라는 말이냐”고 볼멘 소리.

〈양기대·정연욱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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