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총재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핵심측근인 윤여준(尹汝雋)여의도연구소장은 “시의적절하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총재 진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뭔가 찜찜해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김부총재의 회견은 이총재의 14일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하루 앞서 이뤄졌다. 이총재는 강연에서 당 쇄신 철학을 피력할 예정. 김부총재측이 “당 쇄신방안을 12일 총재단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사실상 ‘김빼기’가 됐다는 게 이총재측 불만이다.
더구나 김부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한나라당은 여권의 실정(失政)으로부터 반사이익이나 구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총재의 당운영을 우회 비판했다.
7일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대여 강공 일변도 전선(戰線)에 변화가 생기자 한나라당이 다시 어수선해지고 있다. 9일 민정계 골프 모임을 시발로 이한동(李漢東)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계의 내부모임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김덕룡부총재도 15일 계파 의원 및 수도권 지역 의원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12일 호남 지구당위원장 모임에서 정시채(丁時采)전의원은 “소선거구제를 당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 당선은 무망하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에 내홍(內訌)조짐이 꿈틀대자 이총재측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특히 최근의 지역별 계파별 결집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만큼 사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총재측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총재측도 ‘제2의 창당’ 기치를 내걸고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총재는 14일 강연이나 이후의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제2의 창당 정신으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한나라당을 명실상부한 ‘이회창당’으로 바꾼다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당명과 정강정책 당헌 변경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은 당 쇄신작업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당을 쇄신하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의 기존 지지기반을 덜 손해보느냐는 게 이총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