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가 시장경제와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다 보니 약하게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간담회에서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국민과 관계기관에 전달한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강한 정부’로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오늘부터 이런 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박수석의 논평은 향후 김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당초 간담회에서 ‘강한 정부론’을 직접 언급할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김대통령의 간담회발언이 던져준 메시지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
김대통령이 ‘강한 정부론’을 표방한 이유는 무엇보다 시한이 임박한 재벌구조조정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밝힌 김대통령의 어조는 단호했다. 재벌들에 대한 제재조치 단행을 위한 ‘초읽기 선언’이라는 시각이 나올 만했다.
김대통령의 ‘강한 정부론’은 경제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닌 듯하다. ‘강한 정부론’의 시발점은 잇따른 정책혼선으로 공동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던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한일 어업협상 및 국민연금 확대실시 파동 등을 겪으면서 국정의 기강(紀綱)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도 내각제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추가개각 등 적시에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내각제논의를 8월말까지 유보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공동여당간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자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의 ‘강한 정부론’은 국정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더 이상 유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권력누수현상이 조기화될 수도 있다”는 여권 핵심부의 자체진단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