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총무〓그동안 여야관계는 비정상적이었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 정도는 허니문이어야 하는데도 야당은 정부 여당의 발목잡기로 일관했다. 여권도 처음에는 여소야대(與小野大)정국을 깨뜨리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야당이 협조하면 얼마든지 정국운영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으나 총리인준 단계부터 제동을 거는 것을 보면서 방법이 없다는 인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대야(對野)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대화로 정국을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총무〓여당도 제 역할과 방향을 정하지 못했고 야당 역시 정체성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여당은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없이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를 임명해 위헌적 상황을 야기했다. 그 후 여권은 편파사정 총풍 세풍 등 정치보복을 통해 여소야대를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꿨다. 그러나 여당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족하는 순간 민심이 떠났다. 여권은 자신들을 민주세력으로, 야당을 반민주세력으로 보는 등 정치를 지나치게 선악의 개념으로 보았다.
▽손총무〓야당을 전면부정한 게 아니다. 오히려 야당의 협조를 바라는 차원에서 지나치게 야당을 의식하며 정국을 운영하느라 오히려 철저한 개혁을 못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정치부문에서 똑부러지게 이뤄낸 것이 없기 때문에 정치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동은 큰 충격과 반성의 계기를 준 사건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개혁을 도외시할 수 없는 시점이다. 정치개혁은 야당을 배제하고는 절대로 할 수 없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화정국이 불가피하다.
▽이총무〓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야당으로서도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여권 지도부는 상당수 여당의원들이 부결에 참여한 뜻을 잘 읽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의 무리한 정치 운영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의원체포동의안 건은 97년 대선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왜 한쪽 대선자금만 가지고 정쟁을 벌이느냐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다.
정치개혁도 여권에 유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우를 범한다. 권력구조 문제가 오리무중인 채 선거제도를 어떻게 고칠 수 있겠는가. 주춧돌을 놓지 않고 기둥과 서까래를 놓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례로 내각제를 한다면 40∼50명의 의원들이 장 차관이나 정부기구의 장을 맡을 수 있다. 또 내각제 하에서는 훨씬 많은 일이 국회에 부과되기 때문에 오히려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
▽손총무〓세무공무원들이 집권당 후보의 자금 조달에 동원됐다는 것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서의원 체포동의안 문제가 부당한 탄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또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는 직접 관련이 없다. 선거법은 어디까지나 그 시대 여야 정치세력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다. 여당에만 유리하게 할 경우 국민과 야당이 가만 있겠느냐. 야당도 빨리 안을 만들어서 국민의 정치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총무〓현행 선거제도도 제대로만 운영하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집권자의 의지이다. 지난해 경기광명과 부산해운대―기장을, 지난달 시흥이나 구로을 재 보선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되는 동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한마디 말이 없었다. 요즘 후보나 회계책임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몇몇을 불법 선거운동혐의로 조사하고 있는데 이는 눈가림이다. 야당에서는 앞으로 서울송파갑과 인천계양―강화갑 재선거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손총무〓여당후보가 당선된 마당에 낙선한 야당후보를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야당후보가 선거에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재 보선을 전면 부정한다면 과장된 정치선전을 통해 정치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총무는 권력구조 문제를 베일에 가려놓고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 국민 모두가 경제회복을 위해 총력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막기 위해 8월까지 논의를 중단한 것뿐이다.
▽이총무〓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두 여당 간 갈등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국민연금 한일어업협정 대북문제 등에서 국민회의 다르고 자민련 달랐다. 8월까지 내각제 논의를 안한다고 긴장이 해소되겠느냐. 정치개혁 문제와 관련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협상안을 만들기도 어려울 것이다.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분이 하라고 해도 공동여당 내 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잘 안될 것이다.
▽손총무〓두 정당의 연립정부는 우리 역사상 처음이다. 국정운영 과정에서 일부 정책 혼선과 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야당은 혼선이나 마찰, 정책 불일치나 부조화 등이 내각제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과거 50년 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직업관료들이 여당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8월까지 내각제 개헌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모든 관심이 개헌에 쏠려 경제회생과 개혁에 차질을 초래할까봐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분이 판단해 보류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총무〓개인적으로 사정과 투서에 시달렸다. 도청과 불법계좌 추적이 이뤄지고 있다. 민주화세력이라는 현 집권세력이 과거 독재정권과 뭐가 다른가. 권력을 장악한 뒤 권력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여야가 지난 1년 간의 파행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동반자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손총무〓좋은 얘기다. 여야 모두 지난 1년을 반성한 뒤 동반자적인 정국운영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당이 양보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국회라는 장을 놓아두고 장외로 나가는 일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정리〓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