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우리에게 통보도 없이 무슨 자격으로 나갔느냐”고 공격하는 등 사건 규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로 한참동안 논란을 벌이자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의원이 “내부문제를 더 이상 들먹이지 말자”고 말리는 촌극도 빚어졌다.
곧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가 직접 조종사 양성에 관여할 생각이 없느냐”(한나라당 이재창·李在昌) “우리나라의 안전감독관 제도 현황이 어떠냐”(이국헌) “2001∼2002년에 완공하게 돼 있는 지방공항시설을 조기 완공할 수 없느냐”(한나라당 노기태·盧基太)는 등의 원론적인 질문만 쏟아졌다. 뒤늦게 외국의 관리사례 등을 담은 자료요청(이재창·이국헌)도 줄을 이었다.
이같은 준비 부실은 건교부의 보고일정이 갑자기 잡혔기 때문이라는 게 의원들의 설명. 이 때문에 건교위원회회의장주변에서는 “건교부가기습적으로 대한항공 건을 보고해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의 태도는 과연 항공 관련 주무 상임위원들인지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건교부의 감독책임과 대한항공의 부실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정무(李廷武)건교부장관이 “미국의 경우 항공 안전감독관이 약 4천명, 일본은 약 3백명인데 비해 우리는 지난해 8월에야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인원이나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자 “그 정도 인원과 예산가지고 되겠느냐”(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당장 이번 추경안 예산에 반영하라”(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또 건교부가 사고책임을 물어 대한항공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권기술(權琪述)의원 등은 “다른 국적항공사도 있는데 대한항공에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한 의원은 회의장 주변에서 건교부 고위관계자에게 답변요령을 ‘지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빈축을 샀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