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얼마전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의 회동에서 이에 대한 약간의 논의가 있었을 뿐이다. 김부총재는 그 자리에서 국민회의는 호남, 자민련은 충청지역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지역은 1대1 배분 원칙을 지키자고 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서울 7대3, 영남 3대7, 경기 강원은 1대1로 각각 나누자는 것이었다.
만약 이대로 된다면 양당은 서로 텃밭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취약지역에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국민회의가 영남, 자민련이 수도권에서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정치권의 고질적 숙제인 지역 정당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김부총재의 견해다.이에 대해 김부총재는 사견이라며 확대 해석을 막았지만 김대행은 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이에 따라 이같은 배분 원칙은 향후 양당 공천협상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민련의 비(非)충청권 의원들은 이에 솔깃해 있는 상태다. 자민련 간판으로는 국회 재입성을 보장할 수 없는 처지인 이들로선 국민회의와의 연합공천으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들의 내각제 열의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지는 인상이다. 굳이 연내 개헌에 매달려 봐야 국민회의와의 관계가 악화돼 결국 ‘나만 손해’라는 식이다.
그러나 연합공천이 반드시 소선거구제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양당 내부에는 여전히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16대 총선에서 연합공천을 해야 한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말씀은 원론적인 얘기”라며 “중대선거구제에서도 연합공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21일 의원총회에서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안은 하나가 아니라 1안과 2안이 있다”면서 중대선거구제를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간주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