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에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체제가 들어선 게 그 단초다. 김대행은 취임하자마자 총재특보단을 포함한 중하위 당직을 개편, ‘직할체제’를 구축하는 등 거침없는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과거 당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김대행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며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여권 일각에선 지난해 야당의원 영입과정에서부터 가동돼온 김대행과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한화갑(韓和甲)총재특보단장의 ‘3각 논의구조’가 김대행체제의 ‘자신감’을 가능케 한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3명은 20일 당직개편을 전후한 시점에도 회동을 갖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행은 앞서 13일 저녁에는 김중권실장과 별도 회동을 갖기도 했다.
김실장을 통해 청와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전달받아 김대행은 일반 당무와 대 야당 관계를 추진하되 ‘젊은 피 수혈’등의 특수당무는 동교동 실세인 한화갑단장이 분담해 정국을 끌고 나간다는 게 이들의 기본 구상이라는 것.
김대행이 한화갑의원이 고사하는 데도 불구하고 특보단장으로 밀어붙인 배경에는 이 ‘3각구도’를 지속시키기 위한 ‘원려(遠慮)’가 작용한 듯하다. 당 안팎에선 8월전당대회를 통해 3각구도를 추인받아 내년 총선도 현 체제로 치른다는 구상도 흘러나온다.
아무튼 ‘김영배―김중권―한화갑’ 3각구도는 이번 당직개편을 통해 여권 권력흐름의 주요통로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당정의 새로운 실세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단장이 당직을 못맡겠다고 강력히 버틴데서 나타나듯 동교동계의 결속력과 권노갑(權魯甲)고문의 영향력이 아직은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직 발표와 관련해 한단장이 “무슨 일처리를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대행에게 불만을 토로했다는 사실은 ‘3각구도’의 결속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