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내각제연대 시사]대통령制 포기? JP 떠보기?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26일 권력구조 관련 발언에는 두개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상황에 따라서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내각제를 고리로 연대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제를 앞세워 개헌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연내에는 자민련의 내각제 개헌 추진에 동참할 수 있지만 임기 후반에는 대통령제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임기후반 대통령제 고수는 한나라당 당론이 대통령제인 만큼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총재 발언 중 관심을 가질 대목은 ‘내각제를 고리로 한 자민련과의 연대’ 부분이다.

이총재가 공개석상에서 ‘야당할 각오’운운하며 김총리에게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총재는 그동안 여권이 임기말 개헌을 추진할 경우 등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한 향후 거취문제를 숙고해오다 이번 발언을 하게 됐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즉 DJP의 내각제 개헌 추진 여부를 지켜보다 임기말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처지가 되느니 선제공격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권의 권력구조 결정과정을 지켜보며 ‘제2의 창당’ 등 내부 개혁작업을 미루다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16대 총선에서 입지확보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듯 하다.

또 당 내홍(內訌)의 근인(根因)인 선거구제 갈등을 상위개념인 권력구조 문제로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측은 26일 발언을 계기로 자민련과의 물밑접촉을 강화해나간다는 태세다.

물론 이총재는 이날 발언에서도 ‘대통령제 고수’라는 자락을 깔고 있는 만큼 속단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내심이야 어떻든 내각제와의 거리를 성큼 좁히는 듯한 이총재 발언의 의미는 결코 간단하게 넘겨버릴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총재 스스로 전혀 예기치 못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신을 향한 물음에 답변을 하든 안하든 이제 공은 김총리에게 넘어갔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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