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씨 후보사퇴 파동]여야관계 어떻게 되나?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정국이 또다시 꼬이고 있다.

청와대가 여야총재회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비공개 발언내용(내각제개헌 절대반대)을 까발리면서 급격히 뒤틀리기 시작한 여야관계는 바로 하루 뒤인 29일 서울 송파갑의 한나라당 재선거 후보인 고승덕(高承德)변호사의 후보사퇴 선언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총재는 이날 즉각 이부영(李富榮)총무에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당장 모든 원내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사흘전만 해도 임시국회를 다음달 3일까지 연장해 현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노사정위설치법을 처리하자고 했던 여야였다.

“솔직히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한데는 예산안과 법안을 분리해 처리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인 정부조직법도 야당의견을 최대한 반영시키도록 노력한 뒤 ‘반대토론→표결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이게 정치냐. 뿐만 아니라 총재회담은 어떻게 하겠느냐.”

이총무는 정국파행과 원내경색을 피할 수 없다는 듯 한숨만 내쉬었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처리키로 하고 소속의원들의 해외여행계획까지 중단시키며 준비에 부심했던 국민회의 손세일(孫世一)총무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총재측은 6월3일로 예정된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를 보이콧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어 정국파행은 의외로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여권의 틈새벌리기를 노린 내각제 관련 발언이 ‘자충수’로 변한데 고민해오던 이총재가 고변호사 사퇴파동을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 같다.

이총재는 내각제 발언 파문과 고변호사 공천 인책론, 그리고 재선거후보조차 제대로 물색해내지 못하는 지도력 부재에 대한 당내외의 비난과 공격을 동시에 돌파하기 위해 다각도의 초강수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여당은 한나라당이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사위인 고변호사를 ‘보쌈’해가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됐다며 “내 갈길을 가겠다”는 자세다.

〈김창혁·박제균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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