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운영하는 다수의 비공식 채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태평화재단, 한상진(韓相震)정신문화연구원원장 등 일부 그룹과 개인. 이들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김대통령의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김상근(金祥根)목사를 중심으로 한 제2건국운동본부, 야당시절부터 김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해온 교수들의 모임인 지정회(智井會) 등이 꼽힌다.
이들 ‘싱크탱크’그룹이 제공하는 정책자료는 현안 대처방안에서 통치이념 구축에 이르기까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태재단은 이문영(李文永)이사장 김홍업(金弘業)부이사장 이수동(李守東)상임이사 오기평(吳淇坪)사무총장 황주홍(黃柱洪)사무부총장과 15명 정도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청와대를 직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수동이사는 청와대 관저를 수시로 출입하며 김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사적(私的)인 일까지 챙기고 있다는 것.
오총장과 황부총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인력의 1차적 관심사는 ‘한반도 통일방안’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그러나 아태재단 연구원들이 내부적으로 보다 빈번하게 토론하는 주제는 내각제 정계개편 등 국내 정치 현안인 것 같다.
아태재단측은 이 토론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청와대에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
아태재단이 제출하는 보고서는 실제 정국 운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보다는 대체로 참고용 의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태재단은 최근 김대통령의 서울 영등포 소재 개인 재산을 처분해 새 재단건물 신축에 들어갔다.
한상진원장은 정치현안보다는 김대통령의 장기적 통치이념, 혹은 국정철학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정문연 내에 전통사상연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까지 구성돼 있다.
김대통령이 월간 신동아 5월호에 기고한 ‘충효사상과 21세기 한국’이라는 글도 한원장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원장은 제2건국운동의 ‘이념’ 정립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등 현 정부의 이념적 토대 구축에 지속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원장과 다른 측면에서 김대통령의 정책방향에 이론적 대안과 비판을 제시하는 그룹은 과거 야당시절 김대통령의 정책 자문 교수의 모임인 ‘새시대 포럼’ 참여 교수들을 중심으로 3월12일 새로 결성된 지정회 멤버들.
청와대 김유배(金有培)노동복지수석 김태동(金泰東)전경제수석 황태연(黃兌淵) 백경남(白京男)동국대교수 유승남(柳勝男·현회장)국민대교수 등이 지정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정회는 현재 한달에 한번씩 세미나를 갖고 현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토론하고 있다.
특히 황태연교수의 생산적 복지국가 모델론은 최근 신자유주의 경제원칙에 대한 비판론과 맞물려 여권 내에서 힘을 얻어가는 상황이다.
제2건국운동본부의 김상근목사는 인권 문제 등에 관해 여론을 전달하고 정책을 건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파업, 인권기구 문제 등에 관해 김대통령은 특히 김목사에게 자주 의견을 물었다는 후문.
김목사는 지난달 청와대와 재야간 연결고리로서의 역할도 하는 중이다.
〈윤승모·공종식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