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총재가 자민련과의 내각제 연대를 시사하면서 임기말 개헌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취지의 다소 모호한 발언을 한 이후 내각제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3선 이상 의원 모임인 ‘무명회’(간사 김중위·金重緯) 회원 20명은 3일 전체모임을 갖고 내각제 조기공론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이총재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출신의 한 3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먼저 연내 내각제 개헌을 위해 국민의 뜻을 묻자고 치고 나가도 전혀 손해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총재와 가까운 의원들도 무명회에 상당수 참여하고 있어 의견통일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와 일부 의원들은 더 이상 내각제문제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양태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내각제를 둘러싼 당내 각 계파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내각제 공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자체가 이총재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