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안 처리진통]여야,서로 『네탓』 공방만

  • 입력 1999년 5월 3일 20시 03분


《국회는 제203회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를 원천봉쇄했으나 여야간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여당은 상임위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의장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한편 본회의에서 강행처리를 해야할 경우에 대비, 여당소속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국회가 아닌 외부에 대기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3당 원내총무들은 이날 잇따라 회담을 열어 막판 타협을 시도했다.

본회의를 계속 연기시키며 진행된 총무회담에서 여야는 “문제 하나가 타협되면 아무 말없던 사항을 새로 쟁점으로 들고 나온다”(여당), “여당이 오늘 꼭 법안을 처리하려는데는 뭔가 다른 저의가 있는 것 같다”(야당)는 등 파행 책임을 전가했다.

국회가 이처럼 파행을 겪은 직접적인 이유는 이른바 ‘고승덕(高承德) 파문’.

따라서 이날 쟁점법안의 처리여부와는 관계없이 향후 정국은 최소한 ‘6·3’재선거 때까지는 치열한 여야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 오후 두차례에 걸쳐 국회 귀빈식당에서 협상을 벌인 여야 원내총무들은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의 적용범위와 중앙인사위의 소속기관 등에 대한 이견은 좁혔으나 국정홍보처 신설문제에 대해서는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오후에 열린 총무회담도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국민회의 손세일(孫世一)원내총무는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에게 협상경과를 보고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인 공무원의 개방형 임용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또다시 알파를 제시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도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대책을 숙의한 뒤 “여당이 국정홍보처 신설문제에 대해 조금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통제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물러설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

반면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개방형 임용제의 적용범위를 20%에서 10%로 좁히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고 말해 여당이 적용범위를 양보하고 한나라당은 중앙인사위를 정부안대로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데 양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 그러나 김영배대행은 “한나라당이 고승덕변호사 후보사퇴 파문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켜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야당책임론을 강조.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오후2시까지 쟁점법안들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자 정부조직법개정안 국가공무원법개정안 노사정위설치법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 의장실은 “3일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고 여야 모두 회기연장에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

한편 박의장은 이날 계속 외부에 머물면서 국회 상황을 점검했으며 김봉호(金琫鎬)부의장도 강행처리에 대비해 국회에 나오지 않고 외부에서 대기.

○…행정자치위는 오전10시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실력저지로 법안상정조차 하지 못하는 등 진통.

한나라당 김영진(金榮珍) 김광원(金光元)의원 등은 오전9시50분경 아예 회의장 내 여당 의원석에 앉아 이원범(李元範)위원장을 비롯한 여당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봉쇄. 이해봉(李海鳳)의원은 회의장 내 위원장석에 앉은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백승홍(白承弘)의원은 날치기를 막기 위해 위원장석에 있던 의사봉을 가져가기도.

회의장 출입을 봉쇄당한 여당의원들은 상임위가 아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인지 느긋한 모습.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여당측이 점심시간을 이용,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임위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한편 언론노련 소속 노조원 16명은 이날 오전 회의장 입구에서 “공보처 부활음모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며 국정홍보처 신설에 반대.

〈이원재·공종식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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