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불길」재점화…한나라 비주류중진 결집

  • 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3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의 ‘권력구조문제 당내 공론화’ 요구를 신호탄으로 내각제 문제와 관련한 요구들이 한나라당 내에서 봇물 터지듯 분출될 조짐이다.

여기에다 최근 발언을 자제했던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가 다시 내각제 발언을 시작하면서 내각제 논의는 바야흐로 ‘백화제방(百花齊放)’ 분위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맨 앞장서 ‘총대’를 멘 서전총장을 비롯해 조순(趙淳)명예총재 이한동(李漢東)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이세기(李世基) 정창화(鄭昌和)의원 등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권력구조문제의 공론화를 당지도부에 정식으로 촉구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이상 당내 의원모임인 ‘무명회’ 회원(20명) 중 12명도 3일 저녁 회동, 빠른 시일 내에 전체 모임을 갖고 내각제 공론화를 요구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내각제 문제를 앞세우고 나오는 것은 내년 총선에게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다 당권을 더이상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맡길 수 없다는 데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가 ‘반(反)이회창 연대’의 고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총재는 아직까지 권력구조문제의 당내 공론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내각제 관철 의지를 물었지만 아직 대답이 없다”며 JP측의 화답을 거듭 촉구했다.

이총재는 또 “DJP가 논의 중단에 합의했다고 해서 중요한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할 수만은 없다. 시기가 오면 분명히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같은 한나라당 움직임에 화답이라도 하듯 자민련 김수석부총재도 4일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당(국민회의)이 내각제 개헌 합의를 희석시키려 하고 경우에 따라선 무산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국민회의측을 비난했다. 그는 “정략과 모략의 정치는 미래가 없으며 신의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우리 정치의 한쪽을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내각제 공론화 요구가 어떻게 조율돼 어떤 그림을 나타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내각제 논의를 8월말까지 중단키로 한 여권수뇌부의 합의만으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내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내각제 공론화 요구를 덮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박제균·송인수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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