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는 현 정권을 ‘독재화의 길을 가고 있는 정권’으로 규정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군부를 업고 노골적인 독재를 했지만 현 정권은 노회한 정치기술로 독재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총재의 진단이다.
따라서 야당이 나서서 국정실패와 독재화 저지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게 이총재의 논리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여당이 야당을 무시한 채 날치기를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이제는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총재가 이처럼 현 정권을 몰아붙이는 이유는 당 안팎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이총재는 우선 ‘6·3’재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을 최대한 부각시켜 정국주도권을 장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비주류의 내각제 조기공론화 요구 움직임 등 당 내부의 교란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대여투쟁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이총재의 현실인식과 정국대처 방안에 대해 당내 비주류는 여전히 비협조적인 자세다. 조순(趙淳)명예총재와 이한동(李漢東) 김윤환(金潤煥)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은 당지도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장에 불참했다.
내각제 공론화 시기 저울질에 몰두하고 있는 비주류 인사들은 여야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실기(失機)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총재의 이날 회견내용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강도를 드러내 향후 정국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당연히 여당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회의측은 “우리가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할 때 어느 곳에 숨어 있었던가 묻고 싶다”며 이총재를 직접 겨냥했다.
아무튼 이총재의 강공 드라이브가 대내외적으로 어떤 정치적 효과를 거둘지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6·3’ 재선거 결과가 1차적 관건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