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意 넘치는 여야]『정치개혁은 나몰라라』무관심

  • 입력 1999년 5월 7일 20시 0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7일 ‘정치권 공동운명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정치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향후 정국이 정치개혁 협상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선 한나라당은 공동여당의 정치개혁 단일안을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개악의 표본’이라며 대꾸조차 피한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현 정권을 ‘민주주의와 국민의 이름을 빙자한 독재화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제2의 민주화투쟁’에 나서겠다는 전의(戰意)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제2의 민주화투쟁’은 과거 민주당 이기택(李基澤)총재가 김영삼(金泳三)정권을 상대로 펼친 ‘12·12민주화투쟁’과 흡사하다.

당시 이기택총재도 그랬지만 이회창총재도 한나라당을 ‘대여(對與)전시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내우(內憂)’를 잠재우고 지도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싸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가 “당이 정부 여당으로부터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이 정도 자구노력도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하는데서도 이런 징후는 드러난다.

국민회의가 느끼는 감(感)도 비슷하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총재가 뭔가 절박한 당내 상황을 수습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초강수를 두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너무 초강수를 두면 이 쪽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측은 3일 정부조직법 등 강행처리 이후 여야총재회담과 함께 자신이 이총재와 직접 회동하는 기회를 마련해 정국을 복원시킨다는 내부계획을 세웠으나 이총재의 ‘제2의 민주화투쟁’ 선언 이후 모두 백지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내부의 ‘반(反)이회창’세력들을 물밑지원해 이총재체제를 와해시켜야 한다는 교란전략까지 대두하고 있다.

아무튼 정국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김대통령이 역설한 상반기 내 정치개혁은 ‘메아리없는 독백’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 주변에서 ‘중대결심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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