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치개혁 단일안을 마련한 지 하루만인 7일 전면 재검토를 결정하자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가 내던진 자조섞인 푸념이다.
이같은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의사결정은 그동안 보여온 여권의 주먹구구식 논의구조를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일만 해도 양당의 8인정치개혁특위가 잠정안을 마련한 뒤 양당 지도부 및 청와대 등과의 사전조율을 거쳐 발표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8인특위의 잠정안이 여권 핵심부가 추진했던 정치개혁안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데도 당지도부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지나친 대목이다.
7일 오전에 열린 국민회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8인특위에서 합의한 내용 중 비례대표 50% 제한과 중복출마 등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긴 했다.
그러나 협상안 전체를 재검토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에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8인특위에서 발표된 안은 최종안이 아니다”고 못박으면서 여당의 기류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긴급회동을 갖고 여당안 재검토를 8인특위에 지시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국정을 담당하는 여권의 논의구조가 제대로 되어 있나를 의심케 된다. 여당지도부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 아닐까.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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