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총재는 지역구에서 당선될 경우 당내 입지는 물론 정치적 위상이 상당히 달라지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무엇보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낙점(落點)으로 정계에 입문한 ‘온실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야전(野戰) 정치인’의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차기 대선 레이스까지 고려한 이미지 전략이기도 하다.
또 ‘제2 민주화투쟁’까지 선언한 마당에 2선에 서서 지휘봉만 휘둘러서는 가뜩이나 내부 응집력이 취약한 당을 제대로 추슬러 내년 총선까지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생각도 한 듯하다.
이총재는 이미 올 정기국회를 통해 효율적인 대여 원내투쟁은 물론 ‘제2의 창당’을 통해 거듭난 한나라당의 모습을 부각시키기로 굳게 마음먹은 상태다.
또 한가지 ‘고승덕(高承德) 사퇴 파문’ 이후 마땅한 후임자를 물색하기 어려운데다 송파갑이 비교적 한나라당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 특히 송파갑에서 밀릴 경우 내년 총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물론 이총재의 출마는 승부수의 성격을 지닌다. 송파갑에서 패배할 경우 이총재의 정치생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97년 대선 때 불거졌던 아들 병역 문제같은 고통스러운 검증 과정 등도 야당총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기더라고 근소한 표차로 이길 경우,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이총재가 지난해 ‘7·21’ 종로 보선은 거부하고 송파갑에 출마하는 것은 쉬운 길만 골라가는 것 아니냐”며 냉소적인 비주류 일각의 반응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총재의 출마 결심은 물론 실보다는 득이 많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총재 취임 이후 ‘위기’와 ‘기회’ 사이를 마치 곡예하듯 달려온 이총재의 ‘승부수’가 어떻게 귀결되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