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8일 “양당 정치개혁 8인 협의회가 만든 개혁안이 지역감정 해소와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방안을 담고 있지않아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이는 곧 8인 협의회 개혁안의 골간인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는 두가지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대행은 이어 지역감정 해소책으로 중대선거구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한 선거구에서 1명을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 대결을 유도,지역감정을 더 악화시키지만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제는 대결 강도를 떨어뜨려 지역감정을 순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여기에는 현재의 지역구도에서 소선구제를 유지하면 여권이 취약지역인 영남권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렵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 것 같다. 소선구제는 ‘텃밭’에서 상대 정당 후보를 물리치는데는 주효하지만 상대 정당 ‘텃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8인 협의회는 당초 이런 사정을 감안,‘권역별 비례대표 상한선 제한’과 ‘지역구 비례대표 중복출마’ 아이디어를 취약지역 공략책으로 내놓았었다.권역별로 최다 득표 정당이 비례대표의 5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 나머지 50%를 챙기는 한편 지역구 당선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에게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배정,정당 득표율을 올려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 무산 위기에 처했다.권역별 비례대표 상한선을 두면 투표 결과를 인위적으로 왜곡,위헌 소지가 있고 중복출마를 허용하면 중진들이 비례대표를 선점,비례대표석이 자칫 ‘경로석’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여권으로선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몰렸고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중대선거구제인 셈이다.
하지만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 가운데 여전히 소선구제 선호 여론이 적지않아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특히 자민련의 경우 최근 현역 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 소선거구제 지지자가 중대선거구제 지지자를 30대 18로 앞선 바 있어 이들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행이 이와 함께 고비용 구조 개선책으로 지구당조직 폐지와 중앙당조직 축소 등을 제시한 것은 8인 협의회의 개혁안이 정치풍토 개선 방안을 외면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른 보완조치로 해석된다.실제로 8인 협의회 개혁안은 선거운동 방식과 관련해서는 축부의금 관련 규정 위반시의 범금을 2백만원 이하로 인상하고 정당연설회를 옥내집회로 제한하는 등의 몇가지 개선책만을 내놓았을 뿐 본질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중앙당과 지구당 조직 수술이 여권 수뇌부의 의지처럼 관철될지는 의문이다.과거 정치관계법 개정 때마다 이 문제가 빠짐없이 거론됐지만 모두 유야무야됐기 때문이다.
가령 지구당조직을 없애더라도 후원회나 중앙당 연락소 등을 통해 현재 지구당에서 하는 유권자 경조사 챙기기 등의 업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또 유급직원 고용을 법으로 금지해도 지역구 관리 수요가 하루아침에 줄어들지 않는 한 편법 고용이 이뤄질 소지가 많다.
아무튼 중요한 관건은 선거구제건,돈덜쓰는 선거제도 마련이건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이같은 현실이 엄존하는 한 설사 재검토가 이뤄진다해도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개혁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