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총재가 후보로 뛰어든 선거의 거당적 지원에 등을 돌리자니 명분이 약하고 그렇다고 감정의 앙금이 깔끔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니 마음이 선뜻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총재가 재선에서 당선돼 당 장악력이 크게 강화될 경우 비주류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더구나 내각제 조기 공론화를 위해 비주류 중진들이 활발한 물밑 접촉을 벌이며 ‘거사’ 날짜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이총재가 ‘제2민주화투쟁’을 부르짖고 여야관계가 경색되자 이들 비주류들은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며 운신의 한계를 절감하는 모습이다.7일 골프회동을 가진 이한동(李漢東)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 등이 재회동날짜를 명확하게 잡지 못하고 국정파탄 규탄대회 이후로 미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만간 재선정국이 본격화되고 첨예한 여야전선이 형성되는 이상 비주류 세력들은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선거 전에 제한적이든 전면적이든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한 비주류 인사는 “향후 이총재와의 관계와 비주류의 선거지원 여부는 이총재가 선거구제 내각제 당운영방식 등에 대한 비주류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