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관계자는 11일 “각 부처의 최종 입장을 이날까지 문서로 제출하라고 통보했으나 최종안을 낸 부처는 절반도 안된다”며 “45개 중앙행정기관의 직제 개정령 마무리 작업은 당초 예정보다 이틀 이상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이 이날 각 부처 관계자들을 상대로 파악한 결과 조직의 축소개편을 막기 위해 장차관이 직접 총리실 행자부 기획예산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열띤 로비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내부적으로는 어느 조직을 폐지하고 어느 조직을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행자부의 조직축소 요구에 반발해온 외교통상부는 홍순영(洪淳瑛)장관이 직접 나서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두차례 면담하는 등 축소폭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가 당초 외교부에 요구한 개편안은 1국 5심의관 5과 9개공관 80명 감축. 그러나 외교부측의 로비 결과 행자부가 요구한 5개 심의관 직제를 없애는 대신 다자통상심의관을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또 폐지 대상에 오른 5개과에 대해서는 “의전과와 국제경제과 만큼은 절대 폐지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자부가 수단 알제리 탄자니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볼리비아 카타르 레바논 피지 등 9개 공관을 폐쇄대상으로 지목한데 대해서도 “지난해 20개 공관을 폐쇄해 가뜩이나 외교력이 약화되고 있는 마당에 공관을 더 축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행자부가 정부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민간 경영진단팀을 중심으로 개편안 초안을 작성했던 기획예산위원회도 경제부처의 로비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기술지원국과 판매지원국을 통폐합하도록 통보받았으나 중소기업체 사장들이 진념(陳稔) 기획예산위원장 앞으로 잇달아 서신을 보내고 청장이 수차례 진위원장을 방문해 대통령의 중소기업 중시정책에 호소하는 등 로비를 펴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자본재공업국과 생활산업국이 하나로 통합될 경우 산업의 기초현황 파악이 어렵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비경제 부처들도 “힘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있는 부처만 빠져나가서는 안된다”며 조직 축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방부는 3국5과를 줄이라는 방침을 통보받고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
지난해 5월 이후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올해 초 이미 1국 6과를 축소했으므로 더이상 감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일단 방위력사업 예산의 사전 사후 평가기능을 담당하는 획득본부 산하의 평가분석실을 감사관실로 옮기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정책실장을 국장급으로 낮추라는 지침을 받은 환경부는 “1급이 기획관리실장 한명뿐인 부처는 한 곳도 없다”면서 “더욱이 환경정책실은 환경교육 등 민간인을 상대해야 하는데다 환경평가 업무가 이관됨으로써 조정기능을 맡아야 하는데 국장급으로는 곤란하지 않으냐”고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했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심의관 폐지안에 대해 “고실업 상황에서 실업급여 등 2조원 규모의 고용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심의관을 없앨 수는 없다”면서 동일 직급의 다른 자리를 폐지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근로여성국장을 근로여성정책관으로 직급을 낮추라는 지침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에 여성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국장급 자리를 굳이 심의관으로 낮출 필요가 있느냐”고 행자부 관계자를 설득중이다.
보건자원관리국 가정복지심의관 기술협력관 등 1국 2관 폐지를 통보받은 보건복지부는 이들 직제의 폐지 불가론과 함께 최근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의료보험 통합에 따라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다며 연금보험국을 연금국과 보험국으로 분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치부·경제부·사회부·지방자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