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이인제위원「싸늘한 관계」…면담신청에 침묵

  • 입력 1999년 5월 12일 20시 11분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은 지난달 26일 귀국 직후 곧바로 총리실에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면담신청을 냈다. 귀국인사 명목이었다.

이위원은 그동안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에게는 귀국인사를 마쳤다. 하지만 보름이 넘도록 총리실에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작년 말 미국 워싱턴으로 떠날 때도 출국인사를 받지 않았으니 ‘귀국인사’ 자체가 어색하다는 뜻일까.

그러나 저간의 기류는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김총리는 15대 대선 직후 이위원을 세차례나 만났다. ‘애정’이 담긴 자리였으며 김총리가 이위원에게 “이제는 당신시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이런 관계가 이위원이 만든 국민신당이 국민회의와 합당한 이후 싸늘하게 변해 버렸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JP가 이위원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자기 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충청권의 패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DJ와의 내각제 담판이 결렬됐을 경우까지 생각하면 이위원이 ‘거추장스러운 새끼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위원도 JP의 그런 심사를 감지한 듯하다.

과거 통일민주당 동지로 서울 송파갑의 김희완(金熙完)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겠다고 했다가 자민련 후보가 되자 “당이 다른데…”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리고는 동향(충남 논산)인 국민회의 김대행과 함께 논산향우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일엔 국민회의 대전시지부 후원회, 12일엔 강원도지부 후원회에 참석해 JP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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