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5일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용의를 밝힌 데 이어 프랑스 르몽드 지 회견(6일), 서울주재 외신기자단 간담회(7일), ‘미국의 소리’ 방송 회견(11일) 등을 통해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남북대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간에 뭔가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2월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 명의로 고위급정치회담을 제의한 지 1백일을 맞아 한국에 회담성사를 위한 선행실천사항의 이행을 재요구한 것 역시 남북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 남북대화 재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남북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북한은 남북대화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이를 대외협상 카드로 쓰려할 뿐 실제로 대화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마다 남북간에 마찰을 빚는 8·15범민족대회가 올해로 10회가 돼 어느 때보다 북한의 대대적인 대남공세가 예상되고 8월 이후 내각제 개헌문제 등으로 국내정국이 어수선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하반기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따라서 내년 4월 총선까지는 남북대화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의 방향을 담은 ‘페리 보고서’에서 제시할 ‘당근’이 북한의 입맛에 맞을 경우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될 듯 하다가도 안되고, 안될 듯 하다가도 되는 게 남북대화인 만큼 희망은 갖되 지나치게 낙관하지는 말고 대화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