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여동안 김대행은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명분아래 저돌적 추진력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8인협의회가 합의한 선거구제 단일안을 백지화하도록 지시한 것이나 이달초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때 ‘현장판단’을 앞세워 독자적으로 강행처리를 밀어붙인 것 등은 이런 적극행보의 단적인 예다.
김대행은 10일 총재직속인 특보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특보단은 내 직할대”라며 수혈작업을 직접 챙길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13일에도 “6월말까지 정치개혁협상을 마치고 8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다”며 “당을 독려하고 채근하라는 것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이 활성화됐다’는 긍정 평가 속에서도 김대행의 ‘독주성 행보’는 당안팎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힘쏠림’현상을 견제하려는 당안팎의 움직임이다. 종전 청와대와 당의 중심축을 이뤄온 김대행―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한화갑(韓和甲)특보단장의 3각체제에서 김대행의 비중이 급작스럽게 커진 것이 견제를 발동케한 요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김대행이 최근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직접 질책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김대통령도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행은 최근 여야정치인을 두루 만나며 ‘잠행(潛行)’하고 있는 권노갑(權魯甲)고문측과도 불편한 사이라는 게 양측 측근들의 얘기다. 또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사무총장까지 제쳐놓고 인사에서부터 재정운영까지 전권을 휘두르려 한다”는 노골적인 반발이 일고 있다.
김중권실장이 12일 이례적으로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해 김대행 등 당간부들에게 “잘해보자”고 강조한 것도 당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이같은 파열음에 대한 김대통령의 우려를 간접 전달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또 한화갑특보단장을 대통령 주례보고에 배석토록 한 것도 김대행에 대한 ‘힘쏠림’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취하려는 김대통령의 용인술(用人術)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김대행은 당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듯 13일 한화갑단장, 14일 권노갑고문과 잇달아 회동하는 등 수습행보에 나서고 있으나 갈등의 여진(餘震)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