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방침을 발표했던 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19일 공식브리핑에서 “개각보도가 너무 많이 나갔다. 지나친 추측은 삼가달라”고 요청하면서 “정치인출신 장관들이 전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속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제부터 나는 개각에 대해 함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의 기류가 급변하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각구상이 잘못 전달된 것인지, 청와대 내에 혼선이 있는 것인지, ‘애드벌룬’을 띄워놓은 상황에서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차원인지 등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더욱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과 박수석이 이날 아침 김대통령에게 불려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면서 “현재로서는 대폭개각 등의 방침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관계자는 “대폭개각이나 정치인복귀 등의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다만 공직사회가 술렁일 조짐이 나타나자 김대통령이 이를 진정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19일 “개각 폭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고 오효진(吳效鎭)공보실장이 전했다. 오실장은 또 “이번 개각 때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김총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각시기와 관련해서도 “김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개각이 있다 하더라도 김총리가 다음달 중순경 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늦어도 김총리가 출국하기 전까지는 개각이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총리는 특히 신설되는 국정홍보처장에 정치인이나 총선출마예정자가 임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오실장은 덧붙였다.
윤형규(尹逈奎)주오사카총영사 오홍근(吳弘根)전중앙일보논설위원과 황소웅(黃昭雄)전한국일보논설위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으나 현직 언론계 중진인사의 전격적인 발탁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통일부에서는 강인덕(康仁德)장관의 경질론과 유임론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강장관 경질 여부는 미국의 북한 금창리 현장조사와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맞물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통일부 내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는 홍순영(洪淳瑛)장관의 유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다만 외교통상부나 통일부 모두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자리이동 여부가 관심사다. 임수석이 어느 자리로든 옮길 경우 통일외교안보팀의 전반적인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개각과 전당대회 연기를 연결지어 해석하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어이없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개각과 전당대회 연기가 도대체 무슨 함수관계에 있느냐”며 “양자를 연결짓는 논리나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이 ‘6·3’재선거 직전 대폭개각을 통해 재선거를 간접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정부가 재선거 직전에 대폭개각을 단행해서 분위기를 일신했다고 홍보하면 결과적으로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일 뒤로 개각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정연욱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