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내각 출범/배경-인물분석]일부 「깜짝발탁」부담

  • 입력 1999년 5월 24일 18시 5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앞두고 밝힌 인선원칙은 ‘비정당인, 전문성과 개혁성, 업무수행능력’ 등이었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개각 내용을 발표한 후, 그 성격을 “21세기 세계화를 준비하고 정부가 강도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개혁을 내실있게 다져가는 행정내각”이라고 규정했다.

이번에 다시 짜여진 내각의 진용을 살펴볼 때 일면 이같은 의미부여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측면에서의 특징이 훨씬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불가피할 것 같다.

우선 전체적으로 관료출신이 주류를 이뤘다는 점에서 ‘비정당인’ ‘전문성’ 등 비중을 둔 측면은 엿보이나 ‘개혁성’을 강조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그에 앞서 두드러지는 인상은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의 근거가 되는 대목은 역시 내각의 세 축인 경제팀 외교안보팀 사회문화팀의 주요 포스트에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을 배치한 점이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도 그리 흔치 않았던 새로운 ‘DJ식 국정실험’의 성격을 지닌다.

신임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 임동원(林東源)통일,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등 세사람은 현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 동안 김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들. 따라서 이들 3인의 기용은 ‘확실한 국정운영 장악’쪽을 중시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가지 정치인출신 장관들이 대거 빠져나간 자리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다수 발탁한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사기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개혁의 각론을 구체화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인선은 물론 정부 출범 초기에 적용됐던 이른바 DJP간 지분안배 원칙이 이번의 경우 고려되지 않은데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지분안배 원칙의 소멸로 국정운영에서 혼선이 상당히 제어되리라는 전망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이 보인 평가를 감안하면 국정운영이 총체적으로 안정되고 역량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아무튼 이같은 김대통령의 인선 의지는 ‘측근위주 중용’이라는 시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측근들을 전면배치하고 전문가그룹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친정체제는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점이 있을지 모르나 자칫 경직성과 독단성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임장관들 중 인사원칙과 기준인 전문성 개혁성 참신성을 두루 충족시킬 인물이 별로 많지 않은데다 일부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킬 만한 인물들이 눈에 띄는 것도 김대통령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 기용은 야당의 공세는 차치하고라도 법조계나 시민단체 쪽의 반응도 냉엄하다. 손숙(孫淑)환경부장관도 전문성 업무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일종의 ‘모험인사’라는 평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로 지적된다.

대통령수석비서관출신 이외의 다른 신임장관들도 그동안의 경력이나 성격상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결론적으로 김대통령이 새로 짠 ‘실무형 내각’이 향후 국정운영을 얼마나 원만하게 수행할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안정을 위해 얼마큼 기여할 수 있을는지도 미지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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