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구에 가면 ‘이제 이 정권은 끝났다’‘이 정권을 끝장내자’는 소리가 들린다.”
한나라당 이원복(李源馥)의원은 26일 ‘3·30’ 재 보선 거액살포 의혹 및 고위공직자 부인 옷 선물의혹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목청을 높여 지역민심을 전했다. 이날 서울 송파갑 선거운동을 하다 참석한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돈선거 의혹과 관련, “언론에서 50억원 사용설을 제기한 것은 상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장관급 고위공직자 부인들이 고가(高價) 옷을 상납받았거나 옷을 사놓고 영수증을보내는등의행위를한것은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장관 부인 옷장이 호화의상 진열장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돈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 착수 △20억원의 선거자금을 뿌려 당선된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의원의 의원직 사퇴 △옷 사건 진상 규명 및 일벌백계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들이 ‘6·3’ 재선거를 앞둔 호재라고 판단, 별도의 팀을 가동해 의혹을 추적 중이다.〈박제균기자〉phark@donga.com
■국민회의 ■
큰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자 여측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식적으로는 “모두가 사실 무근”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내면적으로는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국민회의는 26일 당8역회의에서 ‘50억원 사용설’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결정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정면대응을 통한 사태수습에 나섰다.
정균환(鄭均桓)총장은 “50억원 사용설은 당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강경대응할 방침”이라고 얼굴을 붉혔으며 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도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또 고가 옷 로비설에 대해서는 일단 ‘유언비어’로 규정한 뒤 관계당국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선으로 대응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선거비용 50억원 사용설’보다 ‘고가 의류 로비설’이 더 큰 악재”라면서 “설령 재조사를 통해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국민이 믿어줄지 의문”이라며 난감해 했다.
자민련은 25일 고가 의류 로비설과 관련한 논평에서 “일부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면서 로비설을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가 논란을 빚자 26일에는 침묵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