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의 밀착도를 보면 ‘철(鐵)의 3각 관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공고하다.
이번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김장관의 입지는 탄탄해 보인다.
1일 오전에는 “김대통령이 귀국하면 김장관 퇴진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여권 내에 나돌았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도대체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이기에…”라는 얘기와 함께 세 사람간의 ‘은원(恩怨)관계’가 은밀한 화제거리다. 화제의 핵심은 김실장과 김장관이 모두 김대통령이 최악의 비자금 수렁에 빠졌을 때 결정적으로 ‘구명대’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실장은 92년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DJ에게 20억원의 비자금을 건네줄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직접 돈을 전달한 장본인.
97년 대선 직전 ‘20억원+α’설이 다시 불거져 나오자 김실장은 “‘20억원 외에는 단 일전도 받지 않았다’는 김총재의 고백은 사실”이라고 증언하면서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이후 김대통령은 김실장을 서슴없이 “이 정권의 2인자”로 불렀다.
김장관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측이 제기한 ‘DJ비자금’ 문제에 대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검찰의 목표”라며 수사유보를 선언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퇴임 후 “내가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토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 선언이 DJ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김장관에 대한 퇴진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김장관에게는 97년 비자금 수사 때 큰 빚을 져 김대통령도 잊지 않고 있다.경질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