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파문이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퇴진론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동안 여권 관계자들은 이 말만 되풀이했다.
여권이 그나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달 28, 29일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일부 비서관들이 참석하는 ‘구수회의’를 연 것이 거의 전부였다. 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김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등 사태가 국회 차원으로 비화됐지만 그 흔한 당정대책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물론 일부 여권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여론수렴을 해 해외순방 중인 김대통령에게 현안보고를 하는 모습이 몇차례 눈에 띄긴 했다. 그러나 그런 개별적 ‘노력’은 사태수습은커녕 혼선만 부채질한 듯한 인상이다.
김중권실장 등이 “여론에 밀려 김장관을 퇴진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러시아의 김대통령에게 전달한 반면 청와대의 다른 라인에서는 “김장관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동교동계의 한 인사도 사적(私的)으로 김장관 퇴진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는 것.
한마디로 김대통령의 해외체류 중 국내에서 사건의 진단과 해법을 총괄하는 기능은 어디에도 없었다.김대통령은 그동안 ‘1인 정치’ 얘기만 나오면 정색하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나타난 여권 내부의 난맥상은 현 정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국정대책협의회와 같은 중간 컨트롤타워가 현 여권에 필요하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