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사건-金법무 유임이후]청와대 『우리도 답답』

  • 입력 1999년 6월 3일 19시 1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이후 청와대의 분위기는 몹시 침울하다. 청와대의 특성상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대부분 김대통령의 결정이 민심과 거리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5분만 택시를 타도 민심을 알 수 있는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정치개혁이든 선거든 되는 일이 있겠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에게 정확한 민심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한다. 특히 김장관을 감싸고 돈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도 김장관 퇴진을 건의했다는 게 김실장 측근들의 얘기다.

한 측근은 “김실장이 러시아 방문 중인 김대통령에게 김장관 경질을 건의했었다”며 “그러나 김대통령이 문책불가 입장을 정리하자 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일 김대통령에게 민심동향을 보고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건의한 수습책에도 김장관 경질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다시말해 청와대 내 김대통령의 참모들은 “할 얘기는 다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대통령은 왜 혼자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민심 독해법(讀解法)’이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김장관을 향한 민심이 오도된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번 사안에 대해 ‘반개혁세력의 저항’이라는 등 나름대로 부여한 의미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앞으로 안팎의 많은 인사들과 만나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는데 한가닥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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