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재선거]향후 정국 어디로?

  • 입력 1999년 6월 3일 22시 59분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으로 여권이 총체적 위기국면에 몰린 가운데 한나라당이 ‘6·3’ 재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정국상황이 급반전할 것 같다.

한나라당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독단적 정국운영을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여당은 위기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97년 11월 대통령선거후보로 배수진을 치고 의원직을 던진 뒤 1년반 만에 다시 원내에 진입함으로써 당을 보다 확실하게 장악해 대여(對與)투쟁의 강도를 훨씬 끌어올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시각은 이총재가 당장 러시아 몽골 방문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김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3부요인을 초청한 4일 청와대설명회에도 불참하는데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즉 이번 기회에 김대통령과 여권의 독단적 국정운영과 독주를 견제하지 않으면 모처럼 잡은 ‘호기(好機)’를 활용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이총재의 판단인 듯하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국민 대부분이 ‘옷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데도 김대통령이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야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면서 “한나라당은 김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향후정국은 한나라당이 몰아붙이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여권이 상황반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권은 정치권이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 중의 하나인 정치개혁협상에서도 자신들의 뜻대로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등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재선거 압승으로 선거구제 변경문제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잡음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서울과 인천에서 승리한 것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는 공동여당 연합공천의 위력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대선거구제 선호경향을 보였던 한나라당내 수도권 중진의원들의 논거도 매우 취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여권도 정국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구상 중이기 때문에 여권이 초강수를 선택할 경우 정국의 흐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권이 비상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고강도 사정(司正)’으로 야당을 압박할 경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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