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간담회는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 최광(崔洸)전보건복지부장관 등 1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반 동안 진행됐다. YS는 간담회 시작과 끝에 조찬간담회장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누가 죽으면 같이 죽을 거냐. 진실을 써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모두발언의 일부와 일문일답 내용.
“나는 평생 외국과 국내에서 달리 말하지 않았다. 만일 부시나 카터가 민주주의가 없다면 가만히 있겠느냐. 언론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다. 언론자유가 너무 주어지니까 방종이 돼서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자유가 어디 있느냐. 김대중(金大中)정권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 김대중씨는 독재자다. 대통령이 나서서 하는 빅딜이 어디 있느냐. 이 따위 버르장머리가 어디 있느냐. 앞으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과거에 정치테러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단독범이라고 했다. 김구(金九)선생 암살범도 단독범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배후가 밝혀졌다. 수사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조사중이며 홍모라는 공범이 있다. 공범 중 하나는 우리 집에 다녀갔다. 부도덕한 김대중정권의 말기적 발악이다. 김대중정권의 말로가 가까워지고 있다. 1년반동안 간첩 한사람 못잡는 게 있을 수 있느냐. 안보는 최고의 목표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미사일문제를 심각히 생각하고 있으나 한국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씨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내각제개헌 전망과 앞으로의 행보는….
“김대중씨나 김종필(金鍾泌)씨의 생각을 짐작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각제개헌은 두 사람이 밀실에서 합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김대중씨가 2년만 하겠다고 해서 국민이 믿고 찍어 준 것이다. 또 할 얘기가 있으나 지켜보자. 그 다음일은 두고보자.”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나는 대통령 임기를 마친 사람이다. 내가 또 뭘 하겠느냐. 다만 역사와 국민 앞에서 독재자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공천문제에 대해) 솔직히 얘기해서 관심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선거에 입후보하겠다며 많이 찾아오지만 나는 말을 일절 하지 않고 제발 나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돌려보냈다.”
―내각제개헌약속 이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3당합당 때 내각제 약속을 파기하지 않았나.
“두 사안은 성질이 전혀 다르다. 이번에는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3당합당때는) 김대중씨가 있는 한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합당을 했다.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와 통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먼저 제의해 내가 받아들였다. 그 뒤 김종필총리와 합치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고 나중에 내각제를 하자고 제의해왔다. 처음엔 반대했으나 ‘공개하는 것이 아니고 3부를 만들어 금고에 넣어두는 것이다. 국민지지를 전제로 한다’고 해서 동의했다.”
―차남 현철(賢哲)씨의 내년 총선 출마 등 정치활동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가정문제와 정치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5공시절) 연금생활 중에 장남 은철이가 결혼할 때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식장에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거부했다. 나는 정치와 자식은 분리한다. 현철이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과의 관계설정은….
“야당 얘기는 하지 않겠다. 어느 경우든 다 생각이 있다.”
〈도쿄〓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