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 정국상황을 감안하면 김장관 경질은 그야말로 ‘외통수’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자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처방으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에 이어 터져나온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으로 현 정권은 출범 1년3개월 남짓 만에 말 그대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사유가 된 진형구(秦炯九)대검공안부장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옷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성’을 지닌 사안이다. 진부장의 발언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현 정부가 노동정책을 ‘공작’에 의해 추진해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 정통성과도 관련이 될 수도 있다. 정권의 ‘명운(命運)’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으로서 사건의 파장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 건 당연한 귀결이다. 검찰 자체조사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옷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체조사 결과 김장관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면서도 경질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물론 진부장의 발언 파문을 놓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김대통령이 ‘옷사건’을 일단락지으면서 김장관을 유임시켰을 때 “적절한 시기에 김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권 주변에서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축소지향적’ ‘미봉적’ 처방이 실효를 거두기는 힘든 상황이다.
야당측은 김장관 경질을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의 호기(好機)로 보고 대여 공세를 더욱 강화할 기세다. 사안의 본질에 부응하는 총체적 처방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국면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