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법무 해임/긴박한 정치권의 하루]

  • 입력 1999년 6월 8일 20시 06분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이 전격 경질된 8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온종일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은 이날 오후3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를 끝낸 뒤 기자실로 내려와 김법무부장관 경질과 신임 김정길(金正吉)장관 임명 사실을 발표.김실장은 김장관의 해임이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관함을 거듭 강조. 그는 특히 “국민이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것”이라고 누차 언급하면서도 자신감은 없는 표정. 김실장은 공식발표 후 “검찰이 낮에 술을 먹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부연.

○ …이에 앞서 청와대는 아침 일찍부터 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보도에 대한 진상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해 부산한 모습. 김중권실장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오전11시경 김한길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김유배(金有培)복지노동수석비서관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비서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 등을 긴급히 불러 대책을 숙의.

김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오전11시50분경 본관으로 올라가 김대통령에게 당시까지 파악된 상황을 보고. 김실장은 성우회원 오찬이 끝난 뒤에도 김대통령과 계속해서 장시간 대책을 숙의.

김대통령은 이날 아침 관저에서 박공보수석으로부터 보도내용을 보고받고 “정확히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고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

★총리실★

○…김중권실장은 이날 김장관 경질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전 자민련당사를 찾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이 내용을 미리 설명. 김총리는 김실장으로부터 후임장관으로 김정길변호사를 기용하기로 했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전해듣고 “경륜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며 흔쾌히 동의.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김총리가 1일 몽골을 방문중인 김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우회적으로 김장관의 경질을 건의했으며 여권 수뇌부 4자회동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고 설명.

★국민회의★

○…국민회의는 김장관 경질에 대해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 뒤 이번 경질조치가 민심수습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그동안 여론을 악화시켜왔던 김장관의 거취문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끗하게 정리됨으로써 민심 안정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도 “모든 국민이 김장관의 경질조치를 잘 이해해주고 더이상 국론분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언급.

★자민련★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김장관 경질은 국민의 마음을 잘 읽은 조치”라고 평가한 뒤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발설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

★한나라당★

○…김장관의 해임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은 온통 축제분위기.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해임 환영성명을 발표한 뒤 “좋은 말이면 다 써달라”며 파안대소.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장관 해임으로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및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이 희석되지 않도록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에 검찰과 같은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강제수사력이 활용되는 게 무슨 시장경제냐. 국가기관이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면 이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고 몰아친 것도 같은 맥락.

이원창(李元昌)총재특보는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은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문제로 장관 한사람이 물러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김장관 사퇴로 대여 공세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김중권실장 박주선법무비서관 등 ‘사정라인’으로 주 타깃을 옮길 기세. 그러나 당내에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다 했지, 우리가 한 일이 뭐 있느냐. 겸손해야 한다”는 자체 비판론도 대두.

〈최영묵·정연욱·박제균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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