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 발언 파문」 金법무 해임]전격 결정 배경

  • 입력 1999년 6월 8일 23시 3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마침내’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옷을 벗겼다. 빗발치는 여론의 질타 속에서도 요지부동이었던 김대통령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김대통령 자신이 위기의식을 절감(切感)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현 정국상황을 감안하면 김장관 경질은 그야말로 ‘외통수’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자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처방으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옷 사건’에 이어 터져나온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으로 현 정권은 출범 1년3개월 남짓만에 말 그대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사유가 된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옷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성’을 지닌 사안이다. 진 전 부장의 발언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현 정부가 노동정책을 ‘공작’에 의해 추진해왔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 정통성과 관련 될 수도 있다. 정권의 ‘명운(命運)’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으로서 사건의 파장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 건 당연한 귀결이다. 검찰 자체조사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옷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체조사 결과 김장관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면서도 경질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물론 진 전 부장의 발언 파문을 놓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김대통령이 ‘옷사건’을 일단락지으면서 김장관을 유임시켰을 때 “적절한 시기에 김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권 주변에서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은 김장관 해임방침과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와 관련, “재조사 등 추가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의 차원으로 축소, 공직기강확립에 중점을 둘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축소지향적’ ‘미봉적’ 처방이 실효를 거두기는 힘든 상황이다. ‘옷사건’과 ‘진부장 발언 파문’은 그 진행과정상 현 정부의 권력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측은 김장관 경질을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의 호기(好機)로 보고 공세를 강화할 기세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즉각 특별검사 임명과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안의 본질에 부응하는 총체적 처방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국면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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