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발언 파문 金법무 해임]긴박한 정치권

  • 입력 1999년 6월 8일 23시 36분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이 전격 경질된 8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종일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3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를 끝낸 뒤 기자실로 내려와 법무장관 경질 사실을 발표. 김실장은 김전장관의 해임이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관함을 거듭 강조. 김실장은 공식발표 후 “검찰이 낮에 술을 먹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부연.

○…이에 앞서 청와대는 아침 일찍부터 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보도에 대한 진상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해 부산한 모습. 김실장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김한길 정책기획수석, 김유배(金有培)복지노동수석,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비서관과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 등을 긴급히 불러 대책을 숙의.

김실장은 오전11시50분경 본관으로 올라가 김대통령에게 당시까지 파악된 상황을 보고. 김대통령은 “국법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검찰간부가 어떻게 이런 실언을 할 수 있느냐”며 격노했다는 후문.

그 사이 박주선비서관은 진형구(秦炯九)대검공안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일단 사직서를 보내달라”고 주문했고 진부장은 팩시밀리를 통해 청와대로 사직서를 보냈다.

★총리실

○…김중권실장은 법무장관 경질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전 자민련당사를 찾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내용을 미리 설명. 김총리는 김실장으로부터 후임장관으로 김정길(金正吉)변호사를 기용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경륜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며 흔쾌히 동의.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김총리가 1일 몽골을 방문 중인 김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우회적으로 김장관의 경질을 건의했으며 여권수뇌부 4자회동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고 설명.

★국민회의

○…국민회의는 법무장관 경질에 대해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 뒤 이번 조치가 민심수습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김태정장관의 거취문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끗하게 정리됨으로써 민심 안정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도 “모든 국민이 법무장관 경질조치를 잘 이해하고 더이상 국론 분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언급.

★자민련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법무장관 경질은 국민의 마음을 잘 읽은 조치”라고 평가한 뒤 진형구 전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발설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

한편 이날 자민련 당사를 방문한 김총리는 진부장 발언과 관련, “그럴 리가 있느냐”며 “아마 잘못 전달됐을 것”이라고 언급.

★한나라당

○…김태정장관 해임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은 온통 축제분위기.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환영성명을 발표한 뒤 “좋은 말이면 다 써달라”며 파안대소.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장관 해임으로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이 희석되지 않도록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에 검찰과 같은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강제수사력이 활용되는 게 무슨 시장경제냐. 국가기관이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면 이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고 몰아친 것도 같은 맥락.

이원창(李元昌)총재특보는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은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문제로 장관 한사람 물러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김태정장관 사퇴로 대여공세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 김중권실장 박주선비서관 등 ‘사정라인’으로 주 타깃을 옮길 태세. 그러나 당내에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다 했지, 우리가 한 일이 뭐 있느냐. 겸손해야 한다”는 자체비판론도 대두.

〈최영묵·박제균·정연욱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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