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는 ‘6·3’ 재선거 승리로 입지가 상당히 강화됐다. 대여(對與) 투쟁이 강화되면서 이총재의 지도노선에 불만을 나타냈던 당내 비주류의 ‘다른 목소리’도 수면 아래로 잦아든 분위기다.
그러나 당내에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정국상황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의 자체 노력보다는 여권의 실수에 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의 실수에 의한 반사이익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민심이 급속히 현 정권에서 이탈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 정권을 떠난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오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업유도의혹과 옷사건 등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4대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관철시켜야 하지만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를 고집했다가는 여론의 역풍(逆風)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게 이 의원의 걱정이다.
이총재 역시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제2의 창당’을 통해 당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던 이총재는 대여 투쟁과 당의 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총재는 특히 당의 개혁을 요구하는 수도권 초재선의원 등의 목소리와 안정희구세력인 중산층을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중진의원들의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
여야 대결국면 때문에 잠잠해진 선거구제 변경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조만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도권출신과 중진의원들 중 상당수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어 선거구제에 관한 여야협상이 본격화하면 당론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주류들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비주류들도 일단 이총재의 투쟁노선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국상황이 바뀌면 또 다시 이총재체제를 문제삼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비주류의 한 중진의원은 “만약 이총재가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비판과 견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 등 이총재의 행로에 가로놓인 복병(伏兵)도 결코 만만치 않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