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휴일인 13일 국민회의의 일부 중진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검제의 수용여부를 포함한 정국타개방안에 관해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지도부도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 장영철(張永喆) 정책위의장 손세일(孫世一) 원내총무 등 당3역이 긴급회동을 갖고 위기정국의 타개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김대통령이 특검제 수용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 같다”고 전해 김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회의의 일부 중진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단조치’의 강구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청취.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정국타개를 위해 특검제의 수용에 비교적 긍정적인 것 같다는 감(感)을 받았다”고 전언.
다른 관계자도 “최종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여권 핵심부가 수용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라고 설명.
○…시내 음식점에서 열린 국민회의 지도부의 오찬회동자리에서도 특검제 문제가 논의됐으나 이 자리에서는 일단 특검제 수용시 여러가지 난점을 들어 ‘일단 단독국회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 참석자는 전언.
그러나 특검제의 전격수용방안이 처음부터야당의국정조사 참여거부에대비한 카드였던 만큼 당내에서는 “야당과의 협상을 먼저 벌인 뒤 단독국회 강행이 불가피할 경우 전격적으로 카드를 내놓기 위한 연막전술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
○…이와 관련해 김영배 대행은 이날밤 기자들의 특검제 수용여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아는 바 없다”는 애매한 부인으로 일관.
김대행은 특히 이날 오후 청와대에 들어가 김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초 예정에 잡혀 있었으나 갑자기 취소됐다”고 청와대 면담사실을 부인.
○…여권내에서는 점차 특검제 수용여론이 세를 얻어가는 양상.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 조순형(趙舜衡) 추미애(秋美愛)의원은 당내의 대표적인 특검제 도입론자. 이들은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권력형 비리나 의혹사건 수사에 특검제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조의원은 “특검제를 도입하더라도 사건별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도입요건이나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면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
자민련의 경우도 검찰 출신인 박철언(朴哲彦) 이건개(李健介)의원과 김칠환(金七煥)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눈길. 이의원은 “특검제는 야당 시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함께 제의했던 것”이라며 “집권 후 뚜렷한 이유없이 포기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실시하면 오히려 국가기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
○…다만 여권의 특검제 수용 가능성이 알려지자 ‘역풍(逆風)’도 거세지는 분위기.
특히 청와대 일각과 검찰에서는 “특검제 도입은 검찰조직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강력하게 반발. 특검제 도입으로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이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등에 따른 곤경은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일단 한번 선례가 되면 검찰이 무너져 향후 정권운용의 ‘칼’을 잃게 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김창혁·윤승모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