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에서는 마이클 던 소장(미국) 존 베이커 준장(영국) 금기연(琴琦淵·한국)준장 프란세즈 토레스 대령(프랑스) 등 4명이 참석했고 맞은편에 북한군 이찬복중장 조동현소장 박임수대좌 등 3명이 앉았다.
북한경비정의 NLL침범이 9일째 계속되고 남북해군 함정간에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진 뒤 열리게 된 회담이라 분위기는 무거웠다.
양측이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오전10시9분경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북한측 대표 1명이 큰 목소리로 “오늘 오전9시15분경 한국이 먼저 사격해서 북한군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측의 느닷없는 발언에 약간 당황한 유엔사 대표들은 “일단 사태를 파악한 뒤 다시 얘기하자”며 오전10시13분경 정회를 요구했다.
곧바로 국방부에 전화를 건 유엔사 대표는 ‘오전9시25분경 연평도 부근에서 북한군이 먼저 선제사격을 가하고 여기에 한국 해군이 응사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유엔사 대표단은 서해상 교전상황이 오전9시25분경 발생했는데도 북한측 대표가 ‘오전9시15분경’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내용을 회담시작 직후인 오전10시9분경에 거론한 점을 주목했다.
북한이 연평도 해상에서의 선제공격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무력충돌을 유발한 뒤 장성급 회담에서는 마치 우리측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유엔사 대표를 몰아붙이기 위해 치밀한 사전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됐다.
오전10시32분에 속개된 회의에서 유엔사 대표는 “서해상의 무력충돌은 북한군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총격으로 빚어졌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측은 북한경비정의 NLL 침범사건 성격과 해결방안을 놓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특히 유엔사측은 NLL이 수십년간 존재해 왔으며 한반도의 동서해에서 남북한을 분리하는 실질적인 군사경계선이었음을 강조했다.
북한 대표단은 “휴전협정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한국 해군이 북한영해를 침범한 것은 묵과할 수 없으며 무력충돌 역시 한국측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서해상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채 오전 11시45분경 회담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칼 크로프유엔사 대변인(대령)은 회담이 끝난 직후 “오늘 회의는 진지했으며 쌍방간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발표했다. 양측간에 서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뜻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