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이날 고촉통(吳作棟)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흡수통일할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고, 학술단체 대표자와의 오찬에서도 대북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래 한반도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 해법으로 마련된 것이 포용정책”이라고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한반도는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도, 화해와 교류를 추진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한의 도발이 전혀 ‘이유없는 반항’이 아니라는 점도 강경대응을 자제해야 하는 논거로 제시한다. 즉, 이번 사태는 지난해 잠수함 침투사건처럼 적극적인 도발이 아니라 관할구역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분쟁지역에서 일어난 소극적인 도발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금강산관광이나 대북 비료지원과 경제협력 등 남북간 교류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그 자체로 국한해서 대응해야지 다른 사안까지 확대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에 불필요한 긴장이 고조될 경우 외국자본의 철수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에 따른 여론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김대통령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라며 맹렬한 공세를 펴고 있다.
전례로 볼 때 이번 사태가 대북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키워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청와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이 포용정책의 원칙은 고수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가피하게 부분적인 전술은 수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청와대의 일부 관계자들도 “그동안 화해와 협력에 비중을 뒀다면, 이제는 보다 안보쪽에 역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포용정책의 기조였던 ‘정경분리’ 원칙도 더이상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식으로든 향후 대북정책의 각론(各論)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