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전문가나 국제정치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은 남북간 합의가 없었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국제법적 개념의 우리 영해는 아니다.
그러나 NLL은 정전협정 이후 46년 동안 우리가 관할해 왔기 때문에 국제법상 통용되는 ‘관습법’으로 인정되는 ‘관할 구역’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NLL은 53년 정전협정 당시 해상경계선을 놓고 유엔군과 북한 중국 간에 의견이 엇갈리자 그해 8월 유엔군측이 우리 함정과 항공기의 초계 활동의 북방한계를 정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설정됐다.
정전협정 2조13―B항은 “경기도와 황해도 경계선상에서 북서쪽에 있는 모든 도서는 북한이 관할한다.단,백령도 연평도 등 5개섬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해상도서의 관할권만 규정했을 뿐 해상경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이서항(李瑞恒)박사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 중국 북한은 22개의 ‘부속 지도’를 통해 한반도 인근 도서의 관할권을 규정했다”면서 “3번 지도에는 아무런 군사경계선이 표시돼 있지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화(柳炳華)고려대교수는 53년 당시 서해상의 경계선 설정이 ‘엉성하게’ 이뤄진 것은 유엔군의 협상전략과 북한측의 ‘떼쓰기 전략’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종전 당시 서해상의 도서는 평안북도 진남포 앞바다까지 유엔군 지배하에 있었지만 경기도 개성땅을 되찾기 위해 유엔군이 서해상 도서를 대폭 양보했다는 것.
북한은 ‘12해리 영해’를 주장하고 나온 73년 이후 자세를 180도로 돌변, “5개섬이 남한 영토인 것은 인정하지만 인근수역은 북한영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 계속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 군사적인 공세의 차원을 넘어 사회주의 헌법상의 독특한 체계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김정건(金楨鍵)전 연세대 교수는 “애매한 것은 ‘관행’에 따른다는 국제법상 원칙에 따라 북한은 NLL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NLL은 정전협정 직후 만들어져 오랫동안 관행으로 인정돼 온 것으로 국제법상의 관습법에 따라 우리의 관할구역으로 인정되기에 충분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또 91년 12월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도 서해5도 및 인근해역에 대한 한국측 관할권을 인정할 만한 주요 근거로 꼽히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명문화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것이 정해질 때까지 현재 상황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영해 분쟁당사국간에 합의가 없을 때는 관습법에 따른다는 국제법의 원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영훈·김승련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