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한국대사관과 외교통상부 사이에는 몇분 단위로 급전(急電)이 오갔다. 워싱턴에서는 양국의 비중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속한 양국간 채널 가동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그동안 북한경비정의 잇단 북방한계선(NLL) 침범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조용한’ 편이었다. 섣부르게 개입했다가 북한의 ‘북―미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명분을 제공해 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미국 내부적으로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대북 강경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경계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서해상에 울린 포성(砲聲)은 이같은 미국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미국은 이번 교전사태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됐고, 한미 공조도 포용정책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북한에 대해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외교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북―미 직거래’를 원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되는 것인 만큼 철저하게 ‘서울’을 통해 ‘평양’을 제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의 대북정책 지침서가 될 ‘페리 보고서’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을 때 제시한 ‘포괄적 대북접근 방안’에 대한 북한의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페리 보고서’에 보다 강경한 대북대응책이 담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고 이같은 한미의 강경 기류는 지난해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차갑게 식어버린 일본의 대북여론과 맞물려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을 더욱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한미일 3국 공조에 대해 ‘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며 극력 반발하는 상황. 이래저래 당분간 동북아에 먹구름이 낄 조짐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