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交戰이후]「체면구긴 北」 군부 숙정 나설듯

  • 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07분


북한 함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남북 해군간 교전으로 이어지자 북한군 수뇌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사국가’‘병영국가’인 북한의 특성상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국방정책과 군사력 건설사업을 결정하고 지도하는 최고 기구는 국방위원회. 김정일(金正日)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국방위 예하기구인 인민무력성은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평양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인 김일철(金鎰喆·71)차수가 인민무력상에 임명됐다.

그는 70년대부터 김정일 생일에 해군 협주단을 동원해 연주회를 열면서 김정일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으며 김일성(金日成)주석이 숨진 뒤인 94년7월14일 인민군 고위 장성 중에서는 처음으로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성격은 차분하지만 업무엔 적극적이라는 분석.

인민무력성 산하의 총정치국장은 조명록(趙明祿·77)차수, 총참모부장은 김영춘(金英春·63)차수다.

이중 육해공군을 총지휘하는 김영춘차수는 군 체계상 김일철 인민무력상보다 아래지만 권력서열은 오히려 앞서고 김정일이 참석하는 행사에 꼭 동행해 ‘군부내 실세중 실세’로 꼽힌다.

‘인민군의 김정일 친위대로의 준비’를 강조하면서 96년2월14일 백두산 전군 충성결의 모임을 주도할 정도로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94년 11월 군부내 반(反)김정일 인맥 숙청도 주도했다.

조명록차수는 국방위 제1부위원장도 겸하고 있으며 정치감각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격이 다혈질이어서 93년 미국에서 영변 핵시설 폭격론이 나오자 미그기 조종사들을 모아놓고 직접 ‘전투기를 탄 뒤에는 살아오지 말자’고 결의했다.

인민무력성 작전국장은 이명수 상장이며 북한 함정의 NLL 침범사건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해군사령관은 서해함대사령관을 지낸 김윤심상장이다.

이들 군수뇌부는 김일성 사후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기용된 인물들로 철저하게 김정일의 지도지침을 따른다는 게 공통점.

김정일은 그동안 8차례에 걸쳐 장성 인사를 단행하면서 1000여명을 장성으로 임명 또는 진급시켰는데 이는 북한군 전체 장성의 약 70%에 해당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서해상 남북함정 교전으로 북한측이 수세에 몰린 점과 관련해 김정일이 군 수뇌부에 책임을 물으면서 이를 군부 세대교체의 계기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용’이 아니라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에 북한군 피해사실이 즉각 보도된 것도 북한주민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군부 숙정의 명분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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